오늘 리뷰할 책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이다. 저자 빅터 프랭클은 자신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다하우와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여러 수용소에서 3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담담한 어투로 서술한다.
저자 소개
빅터 프랭클은 오스트리아 빈 출신의 유대인으로 정신과 의사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생환한 경험을 바탕으로 심리치료 기법 중 하나인 로고테라피(의미치료)를 창시했다. 로고테라피는 의미를 찾음으로써 고통을 이겨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의미한다.
기억나는 문장
하지만 그 광경을 바라보는 우리는 정말로 혐오감과 공포, 동정심 같은 감정을 더는 느낄 수 없었다. 사람들이 괴롭힘을 당하거나 죽어 가거나 또 이미 죽은 것을 너무나 일상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용소에서 생활한 지 몇 주가 지나면 그런 것들 때문에 더 이상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게 된다.
인간의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이 지닌 가치가 더 이상 인정을 받지 못하는 세계, 인간의 의지를 박탈하고, 그를 단지 처형 대상으로 전락시킨 세계, 이런 세계에서 개인의 자아는 끝내 그 가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만약 강제 수용소에 있는 사람이 자존심을 지킬 마지막 노력으로 이에 대항해서 싸우지 않으면, 그는 자기가 하나의 인간이라는 생각, 마음을 지니고 내적인 자유와 인격적 가치를 지닌 인간이라는 생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우리 수용소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은 수용소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았다. 그날 밤 자유를 향해 간다고 믿었던 친구들은 트럭에 실려 그 수용소로 이송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막사 안에 갇힌 채 불에 타 죽었다. 사진으로도 군데군데 불에 탄 동료들의 시신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또다시 테헤란에서의 죽음을 생각했다.
강제 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는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마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강제 수용소에서의 생활은 인간의 영혼을 파헤치고, 그 영혼의 깊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인간성에서도 선과 악의 혼합이라는 인간 본연의 특성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모든 인간을 관통하는 선과 악을 구별하는 단층은 아주 심오한 곳까지 이르러 인간성의 바닥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강제 수용소라는 곳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의지로 선택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긴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성취해야 할 삶의 잠재적인 의미를 밖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성이 아니라 정신적인 역동성이다. 말하자면 한쪽 극에는 실현돼야 할 의미가, 다른 극에는 의미를 실현시킬 인간이 있는 자기장 안의 실존적 역동성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으며, 그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짐으로써'만 삶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르지 책임감을 갖는 것을 통해서만 삶에 응답할 수 있다.
오늘날 정신 건강 철학은 인간은 반드시 행복해야 하며, 불행은 부적응의 징후라는 생각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치 체계가 불행하다는 생각 때문에 점점 더 불행해지면서 피할 수 없는 불행의 짐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을 만들어 온 것이다.
신경학과 정신 의학 두 분야를 전공한 교수로서 나는 인간이 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환경에 어느 정도까지 굴복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강제 수용소를 네 곳이나 전전하다 살아 돌아온 사람으로서 상상을 초월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용감하게 저항하고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 것도 사실입니다.
나는 살아 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 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리뷰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참상을 고발하는 글이라기보다 정신과 의사의 입장에서 수용소 안 사람들이 혹독한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변화하는지 담담히 관찰하고 분석한 기록물에 가깝다.
군대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가혹한 환경은 사람의 바닥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그 사람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바닥이 드러났을 때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힘든 상황에서도 다른 이들을 도우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극도로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정신의학을 전공한 의사로서 유전자와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끔찍한 수용소 생활의 생존자로서 한 사람이 극한의 환경에 처했을 때 사람과 짐승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또한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책의 읽다 보면 사람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각과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저자의 믿음이 느껴지는데 수용소에서 사람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경험하고도 그런 시각을 유지하는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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