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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에세이

김훈 남한산성 리뷰

by 오리아 202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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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픽사베이

오늘 리뷰할 책은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이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 포위 기간 동안 성 내에서 벌어진 모습들을 그려낸 역사소설이다.

 

기억나는 문장


···전하, 화친을 발설한 최명길과 그의 무리들을 모조리 목 베고 속히 개성으로 이어하시어 결전의 진을 펼치소서.
···이것이 백성인가. 이것이 백성이었던가······. 아침에 대청마루에서 남쪽 선영을 향해 울던 울음보다도 더 깊은 울음이 김상헌의 몸속에서 끓어올랐다. 김상헌은 뜨거운 미숫가루를 넘겨서 울음을 눌렀다. 이것이 백성이로구나. 이것이 백성일 수 있구나. -김상헌
안이 피폐하면 내실을 도모할 수 없고, 내실이 없으면 어찌 나아가 싸울 수 있겠사옵니까 - 최명길
화해할 수 없는 때 화해하는 것은 화가 아니라 항이오. -김상헌
상헌은 우뚝하고 신은 비루하며, 상헌은 충직하고 신은 불민한 줄 아오나 상헌을 충렬의 반열에 올리시더라도 신의 뜻을 따라주시옵소서 - 최명길
크게 한번 싸우는 기세를 보이지 않고 화 자를 먼저 꺼내 보이면 적들은 우리를 더욱 깔보고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해 올 것이옵니다. - 김상헌
대청 황제 칸이 이역만리 조선 땅에 와 일월성신의 신년을 영접하는 봉우리 아래에서, 갇힌 성 안의 조선 국왕이 명에게 예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옵고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가셔야 할 길바닥이옵니다. -최명길
망월봉에서 터지는 화포 소리는 내행전 마루에서 들렸다. 임금과 신료들이 망월봉 쪽을 바라보았다. 새카만 점들이 빠르게 날아오면서 커졌다. 행국 담장이 무너졌다. 돌덩이가 튀고 먼지가 일었다. 신료들은 임금을 에워싸고 행궁 뒷문으로 빠져나가 산으로 올라갔다. 포탄은 계속 날아왔다. (중략)
- 전하, 적들이 이리도 무도하나 스스로 망할 것이옵니다. 오직 성심을 굳게 하소서. - 김상헌

 

리뷰


협상을 통해 훗날을 도모하자는 최명길과 끝까지 항전해야 한다는 김상헌의 갈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사실 임금의 결정에 따라 필연적으로 두 대신 중 하나는 죽을 위험에 직면하기에 더욱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 같다. 두 대신 모두 임금을 설득하기 위해 청산유수로 말을 쏟아내는데 그 정성을 청나라의 침입을 대비하는데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김상헌 보다는 최명길의 주장에 더 공감이 갔다. 왜냐하면 김상헌을 비롯한 주전파가 협상을 거부하는 이유가 명나라에 대한 의리와 오랑캐를 섬길 수 없다는 공허한 명분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는 평시이거나 아군과 적의 상황을 분석해 이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항전을 주장하는게 아니라 이미 승패가 사실상 결정된 상황에서 무의미한 명분을 위해 목숨을 내놓자고 말하는 것은 그저 욕심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라면을 끓이며'에서도 느꼈지만 김훈 작가의 문체는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극한까지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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