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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할 책은 폴커 키츠의 '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이다. 독일 출신 작가이자 법률가인 폴커 키츠는 법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법이 어떻게 변화하고 바뀔 수 있었는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기억나는 문장
헌법은 한편으로 종교의 자유가 불가침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국가는 동물을 보호해야만 한다. 동물이 불필요한 고통, 고난, 상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헌법에서 두 조항은 나란하다. 헌법은 하나를 다른 것보다 더 우위에 두지 않는다. 두 조항이 싸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둘 다 논리적 한계에 부딪힌다. 이것이 '헌법의 내재적 한계'이다. 이 한계는 종교의 자유처럼 '불가침'인 기본권에도 적용된다. 실제로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까?
껍질을 벗긴 삶은 달걀 두 개를 상상해보자. 달걀 두 개가 들어가기에는 살짝 비좁은 유리컵에, 달걀 두 개를 깨뜨리지 않고 모두 넣어야 한다. 껍질을 벗긴 삶은 달걀 두 개를 유리컵에 밀어 넣을 때 놀라운 일이 발생한다. 각 달걀이 살짝 일그러지면서 다른 달걀에게 자리를 내준다. 약간의 여유도 없이 딱 필요한 만큼만. 두 달걀은 유리컵 안에서 서로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자기 공간을 가능한 한 넓게 차지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사례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한 방법으로 저울질을 살펴봤다. 한쪽 접시에 무엇이 올려져 있고 다른 쪽 접시에는 무엇이 있는가? 우리는 껍질을 깐 삶은 달걀 두 개를 비좁은 유리컵에 밀어 넣는 비유로 이것을 설명했다. 달걀 두 개가 뭉개지지 않고 유리컵에 들어가려면 각각이 다른 달걀을 위해 딱 필요한 만큼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시한폭탄 시나리오가 이런 저울질을 제시한다. 약간의 통증 vs 수천 명의 목숨. 어떤 사람들은 '구조를 위한 사살'을 근거로 '구로를 위한 고문'을 긍정한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에서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은 껍질을 깐 삶은 달걀이 아니라 껍질이 있는 날달걀이기 때문이다. 약간만 압박을 가해도 깨지고 만다. 공간이 비좁더라도 이것은 다른 것을 위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 무엇과도 저울질할 수 없다.
리뷰
책을 읽고 나서 각 나라의 헌법 제1조 1항을 찾아보았다. 한 나라의 헌법 제1조 1항은 그 나라가 겪었던 역사를 반영하고 그 나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 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독일: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
- 미국: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
- 몽골: 몽골은 독립된 자주 공화국이다.
- 일본: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고,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그 지위는 주권을 갖는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
- 북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전체 조선 인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주적인 사회주의 국가이다.
찬찬히 살펴보면, 미국은 개인의 자유, 독일은 인간의 존엄성, 일본은 천왕, 그리고 몽골은 독립 국가로서의 자주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전반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은 '국가'에, 서양 국가들은 '개인의 권리'에 초점을 맞춘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 1항인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도 나쁘지 않지만 독일의 '인간의 존엄성은 훼손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무이다.'가 좀 더 마음에 든다.
내용에 깊이가 있으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아 이쪽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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