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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할 책은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집단주의, 눈치, 그리고 체면 문화를 다루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합리적 개인주의'를 제시한다.
기억나는 문장
판사가 스스로 개인주의자라고 뻔뻔스럽게(?) 선언하다니 말세라고 할 이들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주의란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가 아니다. 개인주의는 근대 계몽주의, 합리주의와 합께 발전하며 서구사회의 근간을 형성했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사회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하고, 더 나아가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들과 연대한다.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다
낯선 것에 대한 공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가 보여준 것은 과학적 판단을 존중하는 합리주의, 어떠한 여론의 비난을 받더라도 합리적인 근거와 소신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함부로 책임자와 대응방식을 바꾸지 않는 뚝심 있는 시스템, 그리고 단 한 명의 자국민도 버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연대감을 표시하며 국민을 안심시킨 리더십이다. 한 사회의 성숙함은 위기 속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가성비 좋은 행복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집착할 필요도 없다. 우선 자기 힘으로 생존하는 것이 생명체의 기본 사명이므로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자기가 선택 가능한 직업 중 최선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하되, 직업은 직업일 뿐 자신의 전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취미 활동, 봉사, 사회 참여 등 다양한 행복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반드시 백댄서가 되어 평생 춤만 춰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일하면서 동호회 활동으로 주말에 홍대 앞에 나가 춤을 춰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재능과 열망의 크기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그뿐이다. 이런 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면 행복할 기회가 늘어나고 소소한 행복의 플랜 B, 플랜 C를 계속 만들어 갈 수 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과학에 따라.
북유럽 전역에서 관습법처럼 통용되는 `얀테의 법`이라는 것도 있다. 1933년 산데모제라는 노르웨이 작가가 이를 정리하여 소설 속 가상의 덴마크 마을 얀테의 관습법으로 발표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보다 더 낫다고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을 비웃지 마라`다.
고백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을 뜨겁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혐오증이 있다고까지도 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 양옆에 사람이 앉는 게 싫어서 구석자리를 찾아 맨 앞칸까지 가곤 한다. 제주도 송악산에 처음 간 날, 둘레길 입구에서 쏟아져 나오는 알록달록 등산복 차림에 흥겨워 목소리 높아진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무리를 보는 순간 바로 절경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려 사람 없는 중산간 마을만 한참 걷다 온 일이 있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이 회식이고 행사다. 어렸을 때는 친척들 모이는 명절이 제일 싫었다.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리뷰
친적들 보러 고향가는게 가장 싫었다는 저자의 말에 많은 공감이 간다. 저자처럼 집단주의적 문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한국의 사회 문화가 달갑지 않을 것이다. 뭐 그래도 어쩌겠느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처럼 내가 적응해야지.
오랜만에 재밌게 읽은 책이다. 저자가 자신의 사적인 경험들을 많이 풀어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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