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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소설+에세이

김영하 검은 꽃 리뷰

by 오리아 2022.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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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설란(에네켄)
출처 픽사베이

 

오늘 리뷰할 책은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이다. 김영하 작가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검은 꽃'은 2003년에 출간된 이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검은 꽃'은 대한제국 시기에 멕시코로 떠난 한인들의 수난사를 다룬 장편 역사소설이다. 

 

 

 

인상깊은 문장


그건 몰랐군요. 그렇지만 나는 일본인이 되겠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이정의 말에 요시다가 웃었다. 언제부터 개인이 나라를 선택했지? 미안하지만 국가가 우리를 선택하는 거야. 요시다는 이정의 어깨를 툭 치고는 대통령궁으로 걸어 들어갔다.

 

순간 바오로는 분명히 깨달았다. 그의 신은 정녕 질투하는 신이었다. 샤먼으로 비롯된 싸움에서 신은 어떤 사랑도 보여주지 않았다. 조선과 일본과 멕시코가 각기 저지른 그 모든 죄악을 이들이 대속하고 있다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 신은 그저 시샘만 하고 있는 것이다. 바오로 신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누구도 자신을 바오로라 부르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는 이제 신부 바오로가 아닌 박서방, 박광수였다.

 

 

어렸을 적 나는 한 점쟁이에게서 멕시코의 대통령이 되리라는 계시를 받았소. 그리고 지금껏 한 번도 그걸 의심해본 적이 없소. 그리고 지금 그 계시가 텔레파시가 되어 멕시코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소. 이게 바로 혁명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장윤은 전날 밤 조용히 캠프를 빠져나갔다. 여기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 우선은 살아남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여기서 개죽음을 당하면 본토 진공은 누가 준비하고 해외 독립운동은 또 어찌한단 말인가? 밀림 속의 임시정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허황된 꿈이었다. 이곳에 정말 나라를 세운다 해도 과연 누가 알아줄 것인가?

 

그러나 그곳을 거쳐간 일단의 용병들과 그들이 세운 작고 초라한 나라의 흔적은 전혀 발굴되지 않았다.

 

 

리뷰


김영하 작가의 '검은 꽃'은 현대인의 불안정한 내면에 집중한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대한제국 시기에 멕시코로 건너간 한인들의 수난사를 다루고 있다. '검은 꽃'은 일반적인 역사소설과는 달리 민족주의적 열정을 배제하고 등장인물들의 삶을 거리를 두고 관찰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작품이다.

 

'검은 꽃'에서  등장인물들은 집단의 일원으로 단순화되지 않고 대부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작품의 주요 인물만 해도 10명이 넘어 처음에는 각 인물들의 특징과 성격을 파악하는데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소설에 몰입하는데 약간 시간이 걸렸다.

 

김영하 작가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소설인데 개인적으로 '살인자의 기억법'이 더 마음에 든다. 이는 내가 속도감 있는 전개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표작이라는 기대를 안고 읽어서인지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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